"하나님 은혜로 성장한 한인사회, 미래 향해 나가야"
설날 특집 인터뷰 | 와싱톤중앙장로교회 | 류응렬 담임목사
계묘년 새해를 맞아 와싱턴중앙장로교회(이하 KCPC) 담임 류응렬 담임목사와 신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 첫머리에 류 목사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것 모두가 감사한 일”이라며 “거울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볼 때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 자신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도 소중히 보일 것”이라며 “땅 위에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고 의미있게 나 자신을 귀히 여기며 매일 아침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류 목사는 “특별히 미래에 더 소망을 두고 다음세대를 믿음으로 잘 키워내는 한인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설날 특집 인터뷰 류응렬 담임목사
- 새해 첫 명절, 설날을 맞아 워싱턴 동포들에게 인사해달라.
사랑하는 워싱턴 지역의 동포 및 성도님들, 새해 나이를 한 살 먹는 것 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이 성숙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비록 고국을 떠나 있지만 동포는 한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한인사회가 이룩돼 서로 사랑하고, 섬기고, 배려하는 동포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 와싱톤중앙장로교회는 지역사회를 넘어 해외에서도 많은 사역을 해 오고 있다. 2023년 새해 더 중점을 두고 계획중인 사역이 있는가.
2023년도는 ‘Engaging The Lost’, 즉 잃어버린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생명 나누는 교회’를 표어로 정했다. 올해는 여러 모양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직접 복음을 전하는 것, 예수님의 마음으로 식사를 나누는 것, 교회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것, 은혜로운 설교 링크를 보내는 것 등 다양한 모습으로 실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KCPC는 ‘생명 나누는 교회’의 삶이 일상화 되기를 기대하며 정치 일번지 만으로의 워싱턴DC가 아닌 영혼이 깨어나는 영적 진원지로 거듭나 온 열방으로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지길 소망한다.
- 와싱톤중앙장로교회는 어려움에 처한 지역사회 이웃들을 섬기고, 해외파송 선교사들 지원과 교회 건축 등 복음 전파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반기독교적(동성애, 낙태 등) 사회이슈가 들끓는 미국에서 기독교가 비난을 받고 있는데, 교회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상황을 위기라고 한다. 한국,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정치, 경제, 사회적 위기를 말하지만 영적 위기 즉, 교회위기 현상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기독교 역사에 ‘위기’라는 말이 없었을 때는 거의 없었다.
초대교회 시절 예수님은 늘 비난의 대상이었고 예수를 믿는 것 자체가 핍박을 감수하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최대 위기였음을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그 시절 흥왕한 복음의 역사가 일어났지만 그 배경에는 순교의 제물로 바쳐진 제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초대교회는 위기를 뚫고 일어난 부흥의 역사인 것이다. 종교개혁도 마찬가지다. 카톨릭이 지배했던 중세 천년의 역사를 마친 후 기독교가 새롭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을 때는 성경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죽임을 당하던 때였다.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한 마틴 루터, 영어 번역을 한 위클리프, 모두 예수를 바르게 믿는 것 자체가 죄목이 되는 위기를 겪어야 했던 사람들이지만 그 위기를 뚫고 종교개혁의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
‘위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이 위기를 뚫고 새로운 장을 펼쳐낼 것이다. 바다에 태풍이 몰아친 후, 바닷물이 맑아지고 잠잠해지듯, 현재 상황에 교회가 해야 할 사명과 원색적 복음은 무엇이고, 교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성도들은 팬데믹 위기와 사회적 공격의 위기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신앙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어떤 신앙인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뇌해야한다.
하나님은 늘 반석을 쳐서 물을 내지는 않는다. 광야의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하는 ‘만나’를 맛 볼 수 있는, ‘위기는 기회’인 것이다.
- 목사님께서는 버지니아 주의회, 연방하원에 초청돼 개원기도를 했다. 이때 ‘특정 종교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받았으나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으로 마쳤다. 이같은 소신 행보가 많은 기독교인들의 존경의 대상이 됐다. 미국 사회는 여러 민족이 사는 만큼 여러 종교가 있고 그 가운데 목회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일것 같은데...
(웃음) 그렇게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 보통 정부에서 보내오는 공문서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으므로 기독교적인 민감한 용어는 사용하지 말 것”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로 끝맺지 말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는 목사이므로 당연히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금껏 어느 한 사람도 “왜 지침을 어기고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가”라는 말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거다. 오히려 대부분 “목사님, 그렇게 기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주의회에 갔을때는 기도 전, 부지사가 조용히 부르더니 “오늘 기도는 평소 목사님이 믿는 하나님께 그대로 기도해 주십시오”라는 부탁까지 받았다. 비록 공문서에는 특정 종교이름 호명을 자제할것을 요구하지만 사람들이 목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목사답게’ 기도하는 것,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기도하는 것’일 것이다. 그것을 통해 깨닫는 것은, 세상이 아무리 소리쳐도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기독교인 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미국에서 점점 기독교가 문화화 되어가고 있지만 ‘(영적으로)아직 미국이 살아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 목사님께서는 미 정치권에서부터 총회를 비롯, 부흥회라던가 몇해전 강연했던 다니엘 기도회 등 기독교 단체에서 초청하고 싶다는 요청을 많이 받는것으로 알고있다. 목사님께 목회란 어떤 의미가 있으며 목회철학은 무엇인가
올해로 목회를 시작한지 10년이 됐다. 제 목회의 가장 핵심은 바로 ‘한사람’이다. 목회라는 것은 영혼을 돌아보는 일이라 생각한다. 교회 규모에 걸맞는 목회를 기대한다면, 공적으로는 ‘설교하는것’, ‘대중앞에 서는 일’ 등 이겠지만 저의 목회 방향은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그 사람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이 성경적 목회라고 생각한다. 즉, 예수님께서 성경을 통해 보여주셨던 삶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예수님은 겨우 열두제자를 중심으로 목회를 하셨다. 소수의 사람들이 변화됨으로 가정, 사회를 넘어 전 세계가 변화되는 세상변혁을 바라보셨을 거다. 이것을 두고 저는 ‘한사람 목회’라고 부른다. 니고데모, 사마리아 여인, 38년 된 병자 등 힘없고 낮은 사람들의 한 영혼을 향해 주님의 삶을 드리셨다. 저 역시 목회를 하는 살아있는 날 동안 한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목회를 하고자 한다. 누군가 “어떤 목회자로 기록되고 싶은가”를 물어오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류응렬 목사는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목사였으며 언제든지 곁에 있어주었던 목사였다”로 남길 소망한다.
- 와싱톤중앙장로교회가 올 새해부터 특별한 사역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소개를 좀 해달라
올해는 KCPC가 50주년을 바라보는 해 이다. 50주년을 준비하며 교회 내, 지역사회, 지역 교회 및 목회자들, 미국 내 2천 8백개 한인교회들과 함께 할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역은 온라인교회인 KCPC ON이다. 단순히 온라인예배 참석을 넘어 여러 사정으로 교회를 다니지 못 하는 사람들, 가령, 공산주의 나라 혹은 이슬람국가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우들, 흔치 않지만 가정의 배우자가 원하지 않아 교회를 나오지 못 하는 경우, 한인 교회가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 등 어떤 이유로든 교회를 다니지 못하거나 믿음이 없는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말씀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을 위한 특화된 예배를 준비한다.
원하는 경우 훈련과 소그룹 모임도 가능하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KCPC ON의 목적이다. 이를 통해 바라는 것은 신앙과 예배가 회복되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교회로 연결되어 교회를 다닐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 기독교는 ‘행함의 종교’라고 한다. 행함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라고 성경에 기록돼 있는데, 기독교가 기독교답고, 교회가 교회답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중요하고 목사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나님을 진심으로 믿는 신앙이라면 그것은 오직 삶을 통해 증명되는 것만이 진리를 말할 수 있다. 예수님이 우리를 생명 바쳐 사랑하셨기에 죽으심으로 보여주신 사랑이다. 주님의 제자들 역시 그렇게 살아내었다.
수많은 기독교의 지도자들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삶을 살았기에 2천년이 지난 오늘까지 복음이 전해져 올 수 있었다. 부족하지만 대다수의 신자들은 나름대로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깨끗한 태양빛에 먼지가 선명히 보이는 것처럼 기독교인은 태양보다 빛나는 하나님 앞에 살아가므로 더 높은 윤리의식, 신전의식을 갖게 된다면 세상은 우리 기독교인들을 다르게 보지 않을까. 세상의 가치관에 비교적 우위가 아니라 절대적인 하나님 앞에 살아간다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우선 저부터 그래야겠다(웃음)
“그리스도인 답게 굴어야지”라는 말에 “왜 그리스도인에게만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가”하며 격분할 것이 아니라 외려 그말은 굉장히 고맙게 받아들여야 할 말이다. 그만큼 기독교인에게 기대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워싱턴 20만 한인들의 절대 다수가 기독교인 일 정도로 워싱턴 이민사회는 기독교가 그 출발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의 이런 선한 영향력을 한인사회 저변에 확대시키는 목사님의 행보는 교계뿐 아니라 한인들에게도 모범이 되고 있다. 계묘년 새해, 한인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새해에는 하나님께서 여러분들 가정에 특별히 ‘건강’으로 찾아오셔서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하늘의 기쁨과 평강이 가정 가운데 흘러 넘치길 기도하며 특히 사랑하는 자녀들, 다음세대 아이들이 부모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며 부모님의 헌신적인 땀과 눈물을 아이들이 가슴에 잘 새겨 자랑스런 자녀로 자라나길 기대한다.
한인사회가 지금까지도 하나님의 은혜로 아름답게 걸어왔지만 과거의 찬란한 역사보다는 미래에 더 소망을 두고 다음세대를 키워내는 한인사회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한 동포이며 한 형제다. 곁에있는 사람 중 어두운 곳에서 눈물 흘리는 동포가 한 사람도 없도록 온 동포가 한 가족이 되는 해가 열리길 바란다. 하나님 안에서 영적인 가정이 되길 축복한다.
<김윤미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