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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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2일)

지난 화요일에는 이번 겨울 첫 눈이 내렸습니다. 함박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는 모습에 겨울 바람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대지를 덮는 하늘의 축복을 지켜보았습니다. 한 해를 힘찬 비상의 날개로 시작한 우리 교회를 향해 주님이 베푸시는 선물 같은 포근한 눈이었습니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눈이 내리면 온 사방이 하얀 세상으로 변해버린 시골 고향집, 벼를 저장해 놓은 곳 위에 쌓인 고운 눈을 손으로 떠서 먹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던 경상남도 끝자락이지만 태백산맥 밑에 위치한 저희 집에 눈이 내려 흙 마당을 덮으면 올해 농사는 풍년이 올 것이라 행복해 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떠오릅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로 내리는 눈은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를 기억하게 하는 눈입니다. 주홍빛 같은 우리 죄를 흰 눈 같이 깨끗하게 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떠올립니다. 처음 유학을 했던 보스턴이나 젊은 날 삶을 보냈던 중국 만주 땅에는 한 번 내리면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을 경험하곤 했습니다. 내린 눈은 언젠가 햇살이 나오면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우리의 허물을 덮은 주님의 사랑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로 눈길을 걸을 때면 제 가슴 속에도 예수님의 사랑과 긍휼의 마음이 깊어지기를 기도하곤 합니다. 주님의 긍휼을 가슴에 채우고 주님의 십자가를 잠시만 생각해도 그 앞에는 미워할 사람이나 사랑하지 못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겨울에 산기도를 갔을 때입니다. 큰 나무 옆에 땅을 파서 낙엽을 끌어 모아 방석 삼아 기도하면 몇 시간 내리는 눈에 온 세상이 고요로 빠져들고 천지에 주님과 저 두 사람만 있는 듯합니다. 그때면 충만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느끼는 결핍이란 것이 더 가지지 못함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주님으로 채우지 못함으로 오는 영적빈혈증이라는 것도 실감하게 됩니다. 예수님 한 분으로 만족하게 되면 세상이 사라져도 행복한 것이요, 예수님으로 채우지 못하면 세상을 얻는다 해도 어느 순간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찌할 수 없는 허무감에 빠질 뿐입니다.
올해는 새해를 열면서 하늘에서 서설이 내렸으니 하나님께서 우리 성도님들 삶에 하늘로부터 충만한 은혜로 찾아오시기를 기대합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면 우리 영혼은 하늘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고 그 때 주님이 주시는 은혜로 영적비상의 날개는 더욱 힘차게 솟아오를 것입니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듯이 우리 주님의 복음이 땅끝까지 선포되어 사람들마다 하나님의 고귀한 형상을 회복하여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로 세워지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