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달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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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일)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말씀을 하곤 합니다. 어느때보다 속히 지나간 올 한해를 보니 저도 나이가 들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도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 놓았습니다. 인생 달력도 한 장씩 떼다 보면 언젠가 12월 달력 한 장을 남겨 놓을 때가 올 것입니다. 한 장 남은 달력. 어떤 사람에게는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불안과 초조감을 줄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기대와 기쁨과 설렘을 줄 것입니다. 내일이 없는 사람과 주님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우리가 달려가는 인생의 끝은 막막함이나 사멸이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천국에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모든 것을 소중하게 만듭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사랑스럽고 그의 눈빛이 정겹습니다. 손에 잡히는 일마다 의미가 있고 성실하게 대하게 합니다. 마지막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현재의 삶도 소중하게 여깁니다. 순간마다 세심하게 아끼고 가족을 귀하게 여기며 자신의 모습도 소중하게 여깁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자신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최선을 다하지만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땅 위에서 청지기로 살아가는 순례자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 장 남은 달력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가르쳐 줍니다. 하나님 앞에 어떤 실존적 모습으로 서 있는지, 하나님이 나를 보시고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신지 그려보게 됩니다.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과 깊은 교제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시급하고도 행복한 삶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마지막이란 말은 모든 것을 사랑하게 합니다. 주님 오실 날을 기다리는 성도에게 베드로가 권면합니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베드로전서 4:7-8절). 중요한 시간이 다가오면 조급하여 평정심을 잃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의 마지막이나 자신의 마지막이라는 단어 앞에서 내일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마음을 다스린다 해도 막막함 앞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베드로는 우리에게 정신을 차리고 기도하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적을수록 자신을 둘러싼 일에 집중될 것 같은데 오히려 사랑하는데 시간을 보내라고 권면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을 믿고 살아가는 삶이라 말합니다.
결승점을 싫어할 마라토너는 없습니다. 결승점이 있기에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마지막까지 땀 흘려 달립니다. 다만 우리의 시상식은 이 땅의 월계관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받을 날이 올 것입니다. 이 주님을 바라보며 달려가면 인생의 12월이 다가올수록 행복해집니다. 하나님 하늘에 계시고 아직 땅 위에 호흡하고 있다면 삶은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