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음, 깊음 그리고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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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일)

지난 주 월요일부터 사흘간 컬페퍼 기도원에서 교역자 수련회를 가졌습니다. 교역자들의 연합을 위해 루레이 동굴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버지니아에서 생활한 지 7년 만에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 기대가 되었습니다. 발을 디디는 곳마다 기이한 돌의 형체가 창조의 오묘함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 같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동굴 위에서 거꾸로 매단 것 같은 아름다운 돌의 군상을 마치 쌍둥이처럼 아래의 물이 담아내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맑은 호수가 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과 같았습니다. 얼마나 물이 깊기에 저 높은 천장의 돌을 그대로 담아내는가 하고 자세히 살펴보고는 그 물이 손바닥 깊이 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감탄이 일어났습니다. 물이 넓거나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 그대로 담아낸 것이었습니다. 루레이 동굴에서 만난 새로운 단어는 ‘맑음’이라는 세상입니다.

사람들은 ‘넓음’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학문이든 기술이든 잘 익히고 두루 경험하여 다양한 지식을 소유한 사람이 인정을 받습니다. 여러 사람과 두루 잘 사귀는 성격 좋은 사람은 언제 만나도 기분 좋은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또한 ‘깊음’이라는 단어도 좋아합니다. 연륜이 좀 들다 보면 넓음보다 깊음에서 얻는 감동을 찾으려 합니다. 긴 세월 비바람을 이겨낸 향나무가 간직한 향기란 넓음보다 깊음이 어울립니다.

설교자의 자세를 태양과 달에 비유하곤 합니다. 달은 스스로의 빛이 없습니다. 오직 태양이 빛을 비출 때만 그 빛을 반사할 뿐입니다. 하나님이 진리의 빛을 비출 때 설교자는 대언자로 그대로 반사하면 됩니다.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사명이라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달이 되어 태양을 마음껏 비치게 하는 것입니다. 혹 뛰어난 설교로 사람의 박수를 받는다 해도 우쭐할 것도 자랑할 것도 없습니다. 한 순간이라도 태양이 빛을 감추면 달은 영원한 어둠에 묻힐 뿐입니다. 부디 주님께서 제 영혼을 구름 한 점 없는 달처럼 맑게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유경환 시인이 쓴 ‘호수’를 루레이 둥굴에서 보았습니다.

호수가 산을 다 품을 수 있는 것은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이다.

우리가 주님을 안을 수 있는 것은
가슴이 넓어서가 아니라
영혼이 맑아서이다.

오, 주님!
내 영혼 맑게 하소서,
내 영혼 맑게 하소서.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 4:12)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