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이 예쁜 아이들

김태순 집사

매년 여름에 단기선교 얘기가 나올 때마다 ‘왜 겨울에는 단기선교가 없을까’ 하며 내심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믿음이 약한 제가 더위에 견딜만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마침내 제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은퇴하고 손녀를 돌보는 제게 딸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휴가를 낼 테니 두 분 여행이나 다녀오세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튿날 교회에 왔는데 겨울 단기선교가 그 날짜에 딱 맞게 있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기회를 주시는 것임을 확신하고 바로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과연 제가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습니다. 아이티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사역을 한다기에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니까 안아주고 만져주는 것은 잘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떠났습니다.

우리가 내린 곳은 참으로 삭막하고 파란 풀이 자라지 못하는 그래서 풀을 먹어야 하는 짐승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다니는 그런 땅이었습니다. 길거리의 나무에는 뽀얀 흙먼지만 눈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첫날 아이들을 만났을 때 먼저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흙바닥에서 흙먼지와 함께 뒹굴며 노는 아이들이었기에 망설였습니다.

다음날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저는 “주님께서 저를 사랑하심 같이 저도 아이들을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빈민촌에 도착한 저희에게 아이들이 먼저 와서 안겼습니다.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먹지 못해 몸은 앙상했지만, 눈망울은 초롱초롱한 아이들이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그렇게 아이들의 손을 잡고 만져주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아주 많이 받아 늘 주님께 빚진 자 같은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부족한 제가 아버지께 드린 것은 정말 너무나도 미약했고 남편과 돌아가신 어머니 외에는 도무지 전도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저를 아이티 땅으로 보내주시어 그곳 ‘아까에’라는 산골 마을에 가서 제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사역을 하게 하셨습니다. 저의 마음은 벅찬 나머지 감동과 함께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아까에 마을의 자매보다 더한 은혜를 받고 사역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 이 자매의 마음 밭에 생수를 부어주시어 주님의 복음이 자리잡게 하소서” 이제는 제 주위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아세요?”라고 물을 수 있는 기쁨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곳 보육원에서 본 6살과 10살 된 제럴드와 존은 제대로 먹지 못해 3살과 6살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에게도 꿈은 있었습니다. 너무나 가엽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기도 외에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님, 속눈썹이 예쁜 저 아이들이 주님의 복음으로 기뻐하게 하시고 저희가 뿌린 한 알의 씨앗이 뿌리를 내려 열 배 백 배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

어쩌면 언젠가 예수님께서 저에게 저런 모습으로 오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 땅에 살면서 한동안 그런 마음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도저히 손을 댈 수도 없이 낡고 해진 옷을 가지고 와서 막무가내로 바느질과 세탁을 해달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난감하고 기가 막히다가 어느 순간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내가 이런 모습이라면 못 알아보실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해준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항상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 아버지이심을 믿습니다.

정말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주님께서 부르시는 그 날까지 주님을 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