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밖 개구리 - 스페인어 강좌에 참여하며

 

스페인어 수강 간증 1 1몇 주 전, 정말 우연히 주보에 나온 “전도자를 위한 기초 스페인어 강좌” 광고를 본 후 나는 정말 큰 포부를 갖고 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수강생들은 중남미 선교의 큰 꿈을 품고 언젠가는 쓰임 받기를 바라며, 북버지니아 지역 선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그중에는 개인사업체에서 조금이라도 원활 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수업을 듣는 분도 있을지 모른다. 

하루하루 삶에 지쳐 살다 보면 다들 내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고, 내 식구들 뒤치다 꺼리하기에도 버거운데, 매주 주일 오후마다 작은 교실에 모여서 머리를 싸매고 공부에 전념하는 분들을 보면 동지애까지 생길 정도이다. 사실 미국 내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스페인어란 참 가깝고도 친숙한 언어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에는 중남미인들을 고용한 곳이 많으며, 특히 가까운 한인 마켓이나 청소업체, 공사업체 등에서 중남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페인어 한두 마디 정도는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한인이 주변에 꽤 많은 것을 보면 스페인어가 우리 삶 속에 생각보다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서 “Hola, amigo”라는 스페인어 인사말을 한글로 직역하면 “안녕, 친구”로, 그런 무미건조하고 성의 없는 인사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정작 중남미인들을 만났을 때 우리는 인사 한마디조차 건네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얼마나 자주 있는가?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우리가 교회에서 만나는 장로님이나 집사님들께 “어이, 거기 형씨”라고 부른다고 생각해 보자. 부르는 사람이야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하겠냐마는, 그래도 정작 그런 호칭으로 불리는 처지에서 본다면 좋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중남미인은 이해심도 많고 마음도 넓고 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스페인어로 아주 간단한 인사말 한마디를 건네기만 해도 얼굴빛이 확 달라지면서 함박 꽃처럼 웃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마치 외국 사람이 어눌한 말투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우리에게 말을 건넬 때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실 내가 스페인어 수업을 듣기 시작한 이후에 크게 변한 점이 한 가지 있다면 회사에서 만나는 중남미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스페인어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영어로 “Hi” 하며 빠른 걸음걸이로 그들 앞을 휙휙 지나다녔지만, 요즘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Hola”라고 인사한다. 아침에는 아침 인사, 점심에는 점심 인사, 저녁에는 저녁 인사를 일부러 시계를 봐 가면서까지 말이다. 일일이 이름도 물어보며 내가 요즘 교회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면 대부분은 신이 나서 내게 마구잡이로 말을 거는데 그러면 나는 아주 멋쩍게 웃으며 이제 겨우 인사말밖에 안 배웠다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하곤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내 스페인어 실력이라는 것이 참 형편없어서 실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하면 정작 수업에서 배운 것의 99%는 까먹고 남은 1%로 겨우겨우 대화를 이어가는 병아리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제 몇 주만 지나면 스페인어 수업이 끝나게 된다. 부끄럽게도 지금의 나는 고작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의 한두 살 먹은 어린아이 수준의 스페인어 밖에는 구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용기 내서 첫걸음을 내디딘 이상, 더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우물 밖 개구리가 돼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스페인어 수강 간증 2 1

 

천유정